자유이주(민) Voluntary Migration
2024-
대전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린 시절 소풍으로 대청호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곳은 내게 자연의 아름다움으로만 각인되어 있었다. 그러나 대청댐이 완공되면서 많은 마을이 물 아래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대청호의 풍경을 넘어 수몰민들의 이야기와 잊힌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촬영을 시작하며 대청호의 풍경을 마주했다. 잔잔한 호수는 평온해 보였지만, 그 밑에 감춰진 이야기가 나를 오래도록 붙잡아 두었다. 대청호를 둘러싼 기념비와 재현된 마을을 기록하며, 나는 그곳에 새겨진 흔적들이 단지 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정부는 수몰민들에게 이주를 강요하며 이를 ‘자유 이주’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이는 강압적인 정책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잃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이러한 역사는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으며, 그 의미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그것은 정말 가능한 일일까. 댐이 보이는 벤치에 앉아 사진 찍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사진은 순간을 고정시키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시간의 깊이와 맥락을 온전히 전할 수는 없다. 대청호를 아무리 끝없이 촬영해도 그 안에 감춰진 상실의 아픔은 쉽게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현재를 과거화하는 것, 대청호를 바라보며 과거 마을의 흔적을 찾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대청호의 유용함에 비하면 나의 사진은 한없이 무용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나는 촬영을 이어가며 점점 더 다양한 감정과 마주하게 되었다. 안온한 장면 속에서 소멸을 떠올릴 때 느껴지는 생경함. 사진을 통해, 나는 대청호의 이중적인 서사를 그리고, 잊힌 목소리들을 다시 불러오고자 한다. 누군가 말했듯이, 세상에는 여전히 말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고, 말할 수 없는 것들도 너무 많다.
Having grown up in Daejeon, I visited Daecheong Lake on a school trip as a child. To me, the place was imprinted solely as a site of natural beauty. However, I later learned that the construction of the dam had submerged numerous villages beneath the water. It made me realize the importance of recording not just the scenic views of Daecheong Lake but also the stories of the displaced residents and the forgotten history.
When I began photographing the lake, I was confronted by its tranquil landscapes. The calm surface seemed serene, yet the stories hidden beneath it gripped me deeply. Documenting the memorials and reconstructed villages around the lake, I reflected on how these traces are not merely remnants of the past but instead pose questions to us today. At the time, the government forced the displaced residents to relocate and euphemistically called it "voluntary migration." In reality, it was a coercive policy. Many lost their hometowns and had to seek new places to rebuild their lives, suffering profound scars in the process. This history has not been sufficiently illuminated, and its significance remains with us even now.
But is it truly possible to capture this? Sitting on a bench overlooking the dam, I contemplated the act of photography itself. While photographs capture moments, they cannot fully convey the depth and context of the time they represent. Even if I were to endlessly photograph Daecheong Lake, the pain of loss hidden within it would not easily reveal itself. What meaning lies in historicizing the present, in looking at the lake and searching for traces of the submerged villages? Compared to the lake's utility, my photographs may seem infinitely futile. Yet, as I continued photographing, I encountered increasingly complex emotions. The sense of unfamiliarity when thoughts of erasure emerge from tranquil scenes. Through photography, I aim to depict the dual narratives of Daecheong Lake and bring back the forgotten voices. As someone once said, there are still so many things in this world that need to be spoken, and so many things that cannot be spoken.